# 에이미 와인하우스, 그녀의 음악, 목소리에 대해

2016. 1. 11. 17:07문화/MUZIK

그녀의 목소리(Amy Winehouse, 에이미 와인하우스)


 


 

내가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때는 2004년으로 기억한다


2004년에 나는 대학생이었다. 그 때 나는 정신이 없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든데다, 대학 수업들도 내가 고등학교 때 생각했던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그 시기에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는 나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소울과 재즈의 경계에 있던 그녀의 음악은 새로운 환경과 새 친구들의 세계로 넘어가 있는


 나에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그 무렵에 나는 좀 시끄러운 음악을 들었는지도 모른다


. 그런 음악을 들으면 아버지는 '가수가 버들강아지 먹고 배 아픈 소리를 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나에게 그녀가 낸 2003년 앨범 Frank는 그저 그런 음반일 뿐이었다


대학생활로 혼란스럽던 나에게 그녀는 'i heard love is blind '라는 무난한 사랑 노래를 


[Amy Winehouse - I Heard Love Is Blind]



부르는 흔한 팝가수에 불과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나에게 의미가 있는 손짓이 된 때는 2009년이었다.


그 시기에 나는 2004년처럼 여전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복학생이 돼서 온 대학교는 내가 알던 그 대학(?)이 아니었다. 직업소개소로 변한 대학교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상처와 시련을 주었다. 나는 그 시기에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 수업이 끝나면 곧장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집에 가서 음악을 찾아 듣곤 했다


그맘때쯤 그녀의 두 번째 앨범 back to black에 수록된 'Love is losing game(demo)'이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나는 이 노래를 듣는 순간 그녀의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블랙홀과 같은 그녀의 매력에 아주 깊히 빨려 들어갔다.



[Amy Winehouse - Love is A Losing Game]






2004년이었으면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맥이 없는 목소리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그녀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2009년의 나는 2004년과는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나는 나이도 머리스타일도, 마음가짐도, 듣는 음악도, 다 조금씩 바뀌었다


2009년의 나에게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때 느낀 불안감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그녀의 목소리는 내 몸을 땅속으로 잡아끄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 때문에 내가 땅속 어딘가로 깊이 꺼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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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제 내가 예전에 알던 사랑 노래를 부르는 흔한 팝가수가 아니었다


그녀는 'Rehab'이라는 2집 주제곡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가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성공하면 할수록 자신의 치부들도 하나씩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는 점점 유명해지면서 몸은 건강함을 잊고 시들어가고 있었다.


[Amy Winehouse - Rehab]




역설적이게도 그녀가 마약중독이 되고 남편과의 불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그녀에 대한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 갔다. 그 시기에 나도 그녀를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소개했었다


그녀는 무서운 언니(?)인데 노래만 잘한다”, "역시 가수는 약을 빨아야(?) 한다는 등"말이다


. 나 말고 다른 이들도 공공연하게 그녀를 비웃고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비난했다


그녀는 미디어의 공격에 부응하듯 더 기이한 사건들을 만들어 냈다. 사람들은 그녀의 목소리는 칭송했지만,


그녀의 노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비웃었다. 그녀의 망가져 가는 모습은 


비판을 넘어 이제는 대중들에게 조롱거리가 될 정도였다.



 

 



2011723일은 며칠 간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여름치고는 덜 더웠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에 와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한숨 잔 뒤에 일어났다


저녁을 먹고 휴대전화로 인터넷 뉴스를 확인했다. 검색어 순위에 그녀의 이름이 있었다.


나는 그녀가 또 사고를 쳤구나라고 생각하고 인터넷을 지나쳤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그녀에 대해 언급했다.


한 친구가 그녀가 약물중독 및 알코올 과다로 사망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힘이 쭉 빠졌다


나는 내가 땅으로 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몇 년이 흘러 2015125일에 그녀의 생전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다


이 영화를 통해서 그녀의 삶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는 부모의 이혼으로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그래서 음악으로 그 불안을 극복하려고 했다. 그녀는 음악으로 떠났던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수가 되어서 자신이 좋아하던 토니 베넷도 만나 같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성공하면서 자신을 이용하려는 주위 사람들에게 끌려다니기 시작했다


기어이 그녀는 사랑을 위해서 마약까지 손을 댔다. 그녀는 사랑 때문에 타락하고 있었지만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2016년의 나는 2004년의 나와 그리고 2009년의 나와는 조금은 다른 나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2006년에 멈춰있다. 나는 그것이 부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 출처 - 책관찰자(친구임)